토룡 123일. 이제 힘든 시기는 좀 지나가고 토룡이 웃음소리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긴장의 끈이 풀렸는지 남편과 별거 아닌 일로 크게 싸우기도 하고 못 만났던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바쁘다. 가을학기 문화센터도 등록하고 일반인 운동수업도 들어가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는데 엊그제부터 혈변을 본다.
별일 아니겠지 싶다가도 체력이 떨어지니 괜히 겁이 난다. 출산 전에도 이번 주가 마지막인가 싶어 삶을 돌이켜보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처럼 슬프진 않다. 그래도 자녀 출산이라는 나의 인생 과업을 하나 마쳤기 때문일까? 가장 걱정되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이다. 그때는 아기를 혼자 키울 남편이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외롭지 않을테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원래 삶에 대한 욕심이 강렬했다. 죽고 싶지 않았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니 출산을 겪고 새 생명이 커가는 과정을 보다 보니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일임을 인지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이 세상을 나의 자녀가 살아가 리라. 떠나는 날까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내 다음 과업인 것 같다.
결혼 전에는 결혼식을 위해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는데 오늘은 필라테스 힘든 동작을 하며 토룡이가 생각났다. 토룡이와 물놀이를 가서 조금이라도 더 놀아주려면 내가 체력이 있어야지 싶었다.
엄마에게 나의 육아관에 대해 난 유난스럽지 않게 키울 것이라며 이야기하면서도 과잉 보호 행동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이라 무심히 얘기해 버렸다. 엄마가 그것 보라며 그렇게 당연하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 생각하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기에게 희생을 하고 있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의 길을 갔다. 항상 답답하게 생각하면서도 엄마가 옳다 하나 보다.
내일은 병원에 가보아야겠다. 걱정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으니. 내가 할 일은 내 몸을 잘 돌봐 토룡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오늘의 감사는 123일 무탈하게 버텨온 것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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