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아기 84일차. 첫 밤산책을 했다. 남편과 둘이, 아니 아기까지 셋이지만 출산 후 첫 산책이라 임신했을 때 같이 자주 걷던 산책로가 생소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남편과 술을 마셨다. 이것저것 잔뜩 해먹다 보니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드디어 홈캠을 주문했다. 일찍부터 아기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남편이 홈캠 구입을 원하지 않아 미뤄오다가 이제 곧 아기가 뒤집기도 하고 기어다니기도 할 것 같아 사자고 하였다. 문득 담지 못했던 우리 아기와의 추억들이 생각난다. 아기가 남편에게 안겨 방귀를 끼다 응아를 하더니 혼자 놀라 갑자기 울어버렸던 일. 한창 속이 안 좋던 때 남편이 앉혀서 턱을 잡고 트림을 시키자 그어억하고 엄청난 소리의 용 트림을 했던 일. 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세 가족만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니 더 애틋하고 소중하다.
슈퍼싱글 침대도 주문했는데 그 침대에서 커서 성인이 될 아기를 생각하니 괜히 벌써 마음 한켠이 허전한 느낌이다. 지난 주만 해도 잠이 부족해 피곤에 절어 얼른 아기를 눕히고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단유 후 수유텀이 눈에 띄게 늘어나니 여유가 생겨 아기가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훌쩍 커버릴까 아쉬운 마음도 든다.
산책을 하며 남편이 둘째에 대해서 슬슬 정해야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도 둘째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은데 내 의견에 따르겠다고 한다. 아직 돌까지는 시간이 몇 개월 남았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욕심이 나긴 한다. 힘들지 않을 리 없겠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 이상으로 보람된 일이고 사랑이 늘어나는 일이니까.
첫 아이를 키우는 서툰 부모의 실수들 때문에 우리 토룡이가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둘째는 다를까? 아마 출산, 육아의 고통을 잊고 다시 둘째를 갖는 것 처럼 또 다시 실수를 하겠지. 그래도 사랑으로 키우면 아이들도 언젠간 이해해 주겠지. 넷이 함께라면 훨씬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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